영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트래이시 에민(Tracy Emin). 비롯 겉모습은 반항기 많은 악동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걸어온 작가로서의 인생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이번 글에서는 트래이시 에민이 걸어온 인생과 작품세계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그녀가 영국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진행하는 교육사업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트래이시 에민의 삶이 투영된 작품세계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트래이시 에민(Tracy Emin)은 1963년 영국 크로이던에서 태어났다. 1999년 저명한 미술상인 '터너 프라이즈' 를 비롯해 다수의 상을 수상한 에민은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이며 그녀의 작품은 전 세계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에민은 켄트 예술 대학과 런던 왕립 미술 대학을 졸업했다. 그녀의 초기 작품은 펑크 록 운동의 영향을 받았으며,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 그룹(YBAs)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에민의 작업에는 모두 자신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다시 말해,그녀의 작업들은 자신의 서사 바탕으로 한 시각적인 내러티브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릴 적 에민은 미혼모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의 생부는 터키계 키프로스인 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는 이미 가정이 있었던 유부남이었고 한마디로 에민은 불륜으로 낳은 자식이었다. 모든 한가정 자녀들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다는 법은 없으나 에민의 경우는 달랐다. 에민은 유년기부터 매우 불우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어린 시절 친척 어른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그 트라우마는 평생 그를 괴롭혔다. 작가는 그녀의 이러한 정신적 아픔과 고뇌를 '성'과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소재를 통해 작품에 표현하는데 그녀의 초창기 작업은 아무런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직설적인 표현방식을 띄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가공되지 않은 감정과 진실을 담아내길 원한다고 했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코비드 19 판데믹의 막바지에 들어설 무렵 방광암 진단까지 받으며 암과 투병해 온 에민의 힘겨운 삶은 성장 이후 에도 계속되는 듯했다. 그녀의 예측할 수 없는 저돌적인 라이프 스타일은 종종 일반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으나 그녀는 항상 자신에게 진실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며, 이는 고스란히 그녀의 작품에 투영되어 왔다.
' 내 침대 (My Bed, 1998) '
트래이시 에민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내 침대(1998)는 예술가의 정리되지 않은 침대, 더러운 시트, 콘돔, 임신테스트기, 담배꽁초, 쓰고 버린 티슈들 그리고 기타 개인 소지품들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놓은 설치 미술 작품이다. 침대에 마구잡이로 배열된 이 물건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에민의 개인적인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본 작품은 1999년 현대 미술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상 중 하나인 터너프라이즈의 후보로 선정되어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이 작품은 에민이 우울증과 여러가지 중독증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에 영감을 받아 제작하였는데, 그녀는 "이 작품은 내 인생의 가장 낮은 지점에 관해 표현하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이 가진 정신력과 회복력의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본 작품은 처음 전시되었을 때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이에 대한 관객평은 또한 두 가지로 뚜렷이 구분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더럽고 비위생적이며 혐오스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한 반면에 또 다른 사람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방식으로 제작된 이 작품이 뿜어내는 감정적 회오리는 작가자신의 심리상태를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어떤 해석을 하든 본 작품은 예술이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뒤엎는 강력하고 불편한 예술 작품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예술이 자기표현과 카타르시스의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상기시켜 준다.
새로운 삶을 살다.
오랜 기간 암과의 사투 중에서도 에민은 손에서 작업을 놓지 않았는데 2022년에는 영국 마르게이트(Margate)와 에든버러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로마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재게 하였다. ‘A Journey from Death(Carl Freedman Gallery, Margate, UK )’, I Lay ‘Here For You (Jupiter Artland, Edinburgh, UK)’, 그리고 ‘You Should Have Saved Me (Galleria Lorcan O’Neill, Rome, Italy)등 최근 진행했던 개인전 제목들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에민은 그녀가 방광암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그녀의 경험과 그 이후 회복기간에 느꼈던 질병에 대한 인간의 취약성과 회복력에 대한 내러티브를 새로운 작품 시리즈에 담았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를 자기 암시적으로 대뇌이는 듯한 문구가 담긴 그녀의 네온 설치 작업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에민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암에 걸리기 전에는 행복하지 않았지만 암과의 사투의 시기를 겪으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녀는 전보다 지금의 삶에 훨씬 만족하며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작가로서의 활동 외에도 에민은 교육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녀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고 지금도 자신의 스튜디오가 있는 마르게이트에 미술학교를 지어 그 지역에 사는 어린 미술학도들이 질 높은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본 사업의 목표라고 한다. 이는 런던에 밀집해 있는 미술교육을 지역으로 분산시킨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아티스트로서 그녀가 누렸던 혜택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실제로 마르게이트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빛을 볼 수 있는 곳으로써 18세기부터 영국의 예술가들의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였다. 윌리엄 터너(J.M.W Turner) 또한 여름마다 마르게이트로 돌아와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캔버스에 담아내었다. 이러한 터너가 사용했던 스튜디오 부지에 지금은 '터너 현대 미술관(Turner Contemporary)'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덕분에 마르게이트는 영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나는 배경이나 집안의 경제 상황과는 무관하게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학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미술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예술에 대한 풍부한 역사를 가진 이 도시 마르게이트는 이러한 저의 예술학교를 시작하는 완벽한 장소라고 믿습니다." 에민의 이러한 포부는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진정한 긍정의 힘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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