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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한 마음의 웰빙

신인상주의 쇠라의 점묘법과 대표작 '아니에르의 수영'

by 웰빙클래스100 2023. 7. 1.

조르주 피에르 쇠라(Georges Pierre Seurat, 1859-1891)는 인상주의 후기에 활약한 프랑스의 아티스트이다. 과학이론에 근거한 크로모루미나리즘(chromoluminarism)과 점묘법을 접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기법을 발명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신인상주의(Neo-Impressionism)라는 새로운 예술운동을 창시했다. 본 글에서는 쇠라의 작품세계와 대표작 '아니에르의 수영(Bathers at Asnières)'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Georges Pierre Seurat, Bathers at Asnieres, 1884, c. National Gallery, London

 

쇠라와 신인상주의

조르주 피에르 쇠라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구분된다. 그는 비록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나 그 누구보다 다작을 남긴 예술가로 기록된다. 쇠라는 점묘법을 발명하여 독창적인 색채들을 색다르게 구현하였는데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일요일 오후 그랑드 자트 섬'과 아니에르의 수영은 서양 미술의 걸작으로 여겨진다. 작가는 1878년 당시 유럽 최고의 미술 명문 대학인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했지만 그곳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만족하지 않고 그만의 새로운 회화 기법을 연구하였다. 당대의 인상주의 미술이 그러했듯 쇠라 또한 빛에 투영된 광학적 색채들의 조합을 선호했다. 그러나 여기에 멈추지 않고 우리의 시각적인지 작용을 이용한 과학적 이론을 회화에 적용시켰는데 이를 크로모루미나리즘(chromoluminarism) 혹은 Divisionism이라고 일컫는다. 수십 개의 점들이 모여 생동감 있고 빛나는 이미지를 형성해 내는 이 기법은 당대 미술계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쇠라는 폴 시냐크(Paul Signac)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와 같이 그와 뜻을 같이하는 화가들 8명과 함께 신인상주의 (Neo-Impressionism)라는 예술운동을 결성한다. 이렇게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된 예술운동 신인상주의는 인상주의의 특징인 즉흥성과 빛의 재현을 강조했지만, 과학적인 색채 이론을 바탕으로 더 정확하고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또한 이들은 인상주의에 이어 야수파, 입체파, 추상화등 20세기의 다양한 미술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크로모루미나리즘 (혹은 Divisionism)

쇠라는 예술에 언어가 있고 색상, 선, 모양, 강도를 사용하여 예술가가 예술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그는 따뜻한 색상과 위를 향한 선이 행복과 기쁨의 느낌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미술적 언어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크로모루미나리즘 (혹은 Divisionism)을 발명해 냈다. 이는 시각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색상들을 개별점 또는 패치로 분리하여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하는 신인상주의 회화의 특징적인 스타일이다. 쇠라는 색소를 물리적으로 혼합하는 대신 각각의 색상을 광학적으로 결합하도록 함으로써 과학적으로 가능한 최대 광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즉, 순수한 색상들로 찍힌 작은 점들을 서로 가까이 놓고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각각의 색상들은 실제로 혼합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점들이 반사한 빛들이 모여 이것을 인지하는 관찰자의 눈과 뇌를 통해 새로운 색으로 인식된 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가산혼합이라고 하는데 이는 컴퓨터 모니터나 레이저 프린트에서 색상을 생성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이론은 Michel Eugene Chevreul, Ogden Rood 및 Charles Blanc 등의 과학 이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쇠라는 이러한 크로모루미나리즘 이론과 점묘법을 동시에 적용함으로써 그만의 매우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 내었다. 이러한 쇠라의 기법은 오늘날에도 풍경, 인물, 정물등 다양한 장르의 그림과 판화 기법에도 사용되고 있다.

 

‘아니에르의 수영, 1884'

1884년작 아니에르의 수영은 쇠라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손꼽힌다. 현재영국의 내셔널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는 본회화는 프랑스 파리 북쪽 외곽에 위치한 아니에르 강변에서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는 사람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고채도의 수많은 점들이 어우러진 청명하고 아름다운 이 풍경이 담고 있는 실제의 사회적 배경은 보이는 것만큼 유쾌하지는 않다. 당시 프랑스는 산업화 시대를 맞아 경제와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부와 계급의 격차가 심화되었고 여기서 신흥 부자계층인 부르주아라는 계급이 탄생하게 된다. 그림의 뒷 배경에 보이는 건물들의 굴뚝에선 짙은 회색빛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데 이 건물들은 당시 우후 죽순으로 세워졌던 공장들을 상징하며 이는 산업화 시대의 흔적을 나타내는 알레고리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산업화의 흔적은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화면의 오른쪽 뒷 배경에는 부르주아 계층으로 보이는 두 명의 사람이 보트에 앉아 있다. 여기서 남성은 진한 남색의 정장에 탑햇(Top Hat)을 착용하고, 여성은 같은 색의 드레스를 입고 흰색 양산을 쓰고 있다. 이러한 복장은 이들이 부르주아계층임을 상징하며 그 주변의 다른 인물들과는 커다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노를 젓는 사공을 비롯하여 수영을 하고 낮잠을 즐기고 있는 다른 인물들은 대부분 노동자 계층의 사람들로서 그들의 노동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지치고 맥이 빠진 표정을 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그림에 프랑스 국기를 그려 넣었는데 이는 그가 그림 사회적인 변화의 모습들이 당대 프랑스의 실제의 모습임을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렇게 쇠라는 회화를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더욱더 전문성 있는 색채의 표현을 구현하였다. 또한, 당시 프랑스의 실제 모습들을 화폭에 담아 당시 그 사회가 직면한 상황에 대한 작가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이는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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