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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한 마음의 웰빙

미술사에 투영된 유년시절의 기억과 어린아이의 모티브

by 웰빙클래스100 2023. 5. 29.

우리는 모두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을 지니고 산다. 어떤 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소중한 순간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기억의 조각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아티스트들 작품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어 왔다. 이번 글에서는 미술작품에 묘사된 어린아이들의 모티브들을 고전, 근대, 현대미술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Yayoi Kusama, Infinity Mirrored Room - Filled with the Brilliance of Life, 2011/2017

 

고전 미술에 등장하는 어린 아이들

귀여운 어린아이의 모습이 회화에 등장한 그려진 시기는 16세기 르네상스 (Renaissance)부터라고 할 수 있다. 보드라운 금발의 곱슬머리와 불그스레한 볼살 그리고 튼실한 팔다리를 가진 건강한 아이의 모습에 날개를 달아 아기 천사의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이 시대의 회화에서 '어린아이'라는 모티브는 순수함과 순결함 그리고 성스러운 사랑의 상징이었다. 시스틴 체플(Sistine Chapel)의 천정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는 귀여운 아기 천사들로, 보티첼리(Botticelli)의 세속화에서는 비너스와 함께 사랑의 신 큐피드의 모습으로도 등장한다. 이렇게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에서는 어린아이가 신화적 인물로 표현이 되는 반면 바로크 미술에서는 가족 초상화 안에서 신분이 높거나 부유한 가족의 구성원으로도 등장한다. 특히, 스페인의 궁정화가로서 일했던 벨라스케스(Diego Velasquez)는 당시 국왕이었던 필리패 4세(Philip IV)와 그의 가족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는데, 우리에게는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에 소장된 'Las Meninas (1656)'에 등정하는 귀여운 금발의 소녀 마가렛 테레사 (Margaret Theresa) 공주의 모습이 친숙하다. 벨기에의 궁정화가이자 외교관으로 활약했던 루벤스(Peter Paul Rubens)는 벨기에가 주변국과의 친목을 유지하는데 가족의 초상을 많이 이용하였는데, 이웃국가의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그려진 그림을 그려 그 부모들의 환심을 사는데 적극 활용하였다.

 

아이의 관점을 차용한 모던아트

사진이 발명이 되고 더 이상 사실적인 표현이 필요치 않던 시기 그리고 세계 대전으로 인한 가난과 사회적 불안의 시기를 지냈던 모던 아티스트들은 작품활동을 통해 현실에 대한 도피를 추구하려 했다. 그중 무의식(unconsciousness)이라는 콘셉트에 기반을 둔 초현실주의(Surrealism) 작가들은 어린이들의 가진 천진난만함을 예의 주시 하였는데, 이유는 아직 길들여지지 않는 생각체계를 가진 아이들이야 말로 무의식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초현실주의를 이끌었던 앙드레 브레통(Andre Breton)은 어린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초현실주의 아티스트라며 이러한 아이들의 관점을 호평했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어린이들이 가진 이러한 능력을 실제로 자신의 작품에 차용한 경우도 많았는데 그 순수한 동심의 상태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 목적의식 없이 손이 가는 데로 그리는 자동기술법 즉 '오토마티즘(automatism)'이라는 회화기법을 고안하였다. 그중 스페인 카탈란 출신의 아티스트 호안 미로(Joan Miro)는 그의 어린 딸 돌로레스(Dolores)가 그린 그림에서 영감을 받고 '자동기술법'도 도입하여야 다수의 작업을 제작하였다. 또한, 이브 탕기(Yves Tanguy), 앙드레 브레통, 마르셀뒤샹(Marcel Duchamp) 그리고 자크 프리베(Jacques Prevert)는 오토마티즘을 바탕으로 한 '카다베르 익스키(Cadavre exquis)'라는 공동작업의 방식을 발명하였는데, 이는 여러 명의 작가들이 돌아가며 하나의 그림 작품을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식은 후에 영국 YBA 현대미술 아티스트 듀오인 채프만 형제 (Jake and Dinos Chapman)가 그들의 작품제작 방식으로 도입하기도 하였다.

 

비판적 목소리를 전달한 매개체

동시대 현대미술에서 어린이의 모습은 종종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미국의 아티스트 카라 워커(Kara Walke)는 미국 흑인노예시절 그들의 삶의 모습을 검은 실루엣의 형태로 벽화에 담았다. 벽화에 등장하는 어린 흑인노예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노예제도에 대한 부당함 한층 더 강조한다. 일본의 네오팝(Neo-Pop)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인 나라 요시토모 (Nara Yoshitomo)는 자신의 유년기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에는 늘 커다란 눈방울과 볼록한 볼을 가진 한 귀여운 어린아이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 눈망울에선 왠지 모를 불편함과 불안감 마저 느껴진다. 이는 평화롭지만은 않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복잡한 심경을 투영하는 듯하다. 또 다른 일본작가 쿠사마 야오이(Yayoi Kusama)는 지난해부터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Infinity Mirrored Room'이라는 설치 작업을 장기간 전시하고 있다. 이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어린이 장난감 칼레이도스코프 (Kaleidoscope) 안을 돌아다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외에도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아티스트 듀오는 자신의 그룹이름을 'Enfants Terribles', 즉 '악동'으로 명하고 우리 시대의 타부에 관한 퍼포먼스 및 디지털 작업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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