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은 우리에게 매우 긍정적이고 정적인 색으로 인식된다. 그럼, 순수 미술의 역사에서 파란색은 어떠한 의미였을까? 이번글에서는 파란색이 가지는 미술사적 의미를 살펴보고, 파란색을 '인터내셔널 블루'로 재 브랜딩하여 자신만의 예술적 영역으로 확장시킨 추상미술 화가인 '이브 클라인'의 작품세계도 다루어 보고자 한다.
파란색의 기호학
코발트블루(Cobalt blue), 스카이 블루 (Sky blue), 인디고(Indigo), 울트라 마린(Ultramarine), 피코크 블루(Peacock blue), 베이비 블루(Baby blue), 네이비블루 (Navy blue)등 파란색이 범위는 상당히 넓으며 이것이 상징하는 그 의미 또한 매우 다양하다. 하늘, 바다, 그리고 남성을 상징하는 색으로써 우리의 무의식 속에 고정관념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 또한 파란색이다. 또한 이 색깔은 반으로 갈린 한반도에서 남쪽에 위치한 대한민국을 상징하며, 삼성전자와 첼시 구단을 대표하는 색이기도 하다. 또한, 영롱한 파란빛을 띤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는 부의 가치를 높이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면, 아트 인 블루 (art in blue) 즉, 미술의 역사에서 파란색은 어떤 모습으로 비치어졌을까? 영어로 우울함을 나타내는 형용사이기도 한 블루(blue)는 피카소와 같은 한 작가의 연대기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를 표현하는 단어로도 사용되었다. 16세기경 한창 원근법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림의 배경에 풍경을 삽입하여 물리적인 거리감을 묘사함으로 해서 원근법을 표현하였다. 그 풍경을 차가운 기운이 도는 푸른빛으로 표현해서 더욱더 멀리 떨어져 보이게 하는 거리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숭고함의 상징
고전 미술에서 파란색은 예수, 마리아, 교황, 왕과 같은 고귀한 신분을 가진 인물들을 표현하는 데에만 사용되었다. 당시 파란색의 재료는 터키석과 같은 푸른색을 띠는 보석의 원석을 사용했기 때문 가격에 상당히 높았을뿐더러 양적인 면에서도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금박보다 더욱 귀한 색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품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작자미상의 회화 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파란색은 등장인물의 신분을 가늠하는 데에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었다. 이탈리아 하이르네상스(High-Renaissance)의 거장인 미켈란젤로(Micheangelo)는 괴팍할 정도로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에 다수의 미완성된 작품들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The Entombment (1500-1)'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묘사한 패널화인데 아들의 죽음에 오열하는 성모마리아가 자리할 오른쪽 하단이 완전히 비어 있다. 미켈란젤로는 마리아를 당시의 관례 대로 파란색 가운을 걸친 모습으로 그려질 예정이었으나 파란색 안료의 배달이 지연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커미션을 제작을 위해 로마로 가야 했기에 안타깝게도 작품을 끝내지 못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인터내셔널 블루 IKB (International Klein Blue)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아티스트 이브 클라인(Yves Klein 1928-1962)은 1950-60년대 유럽 아방가르드 (Avant-Garde) 미술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기록된다. 아방가르드(Avant-garde)란 전장에서 제일 선두에 선 군사들을 일컫는 군사 용어로써 미술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뛰어난 아이디어를 형용하는 미술용어로 사용되었다. 이브클라인을 이러한 아방가르드 미술의 대열에서 선두에 서게 한 것은 바로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nternational Klein Blue)라고 불리는 울트라마린(Ultramarine) 색이다. 울트라마린은 파란색의 일종으로 매우 청명한 빛깔을 냄과 동시에 독특한 물성을 가지고 있다. 보통 파란색 계통은 노란색과 혼합될 경우 초록색으로, 붉은색과 섞일 경우에는 보라색이 된다. 그러나 울트라 마린은 그 어느 원색과 혼합되어도 무채색으로 변하고 만다. 다시 말해 울트라마린은 블루라는 단 하나의 원색이기만을 고집한다는 의미이다. 작가는 이러한 파란색이라는 안료 자체가 가진 물성과 그것이 자아내는 아우라를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작가는 1957년에 비로소 자신이 수많은 실험을 통해 제작한 파란색을 특허 내었는데 그것이 바로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이다 IKB이다. 클라인은 IKB로 총 200여 점에 가까운 모노크롬 작업을 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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