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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한 마음의 웰빙

초현실주의 미술, 세계 대전으로 창조된 예술의 사조

by 웰빙클래스100 2023. 5. 28.

20세기 초 유럽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유럽이 가장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을 때 예상치 못하게 들이닥친 세대 대전과 전염병은 유럽인들을 혼란스럽게 했고, 주어진 현실에 회피할 수 있는 모색을 찾아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드렸다. 이러한 시기에 출현한 초현실주의 미술은 이후의 오늘날 미술작가들에게도 크나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번글에서는 이렇게 잠재의식을 기조로 발전한 초현실주의 미술의 배경을 살펴보고 '언캐니(uncanny)'함을 표현하기 위한 그들만의 미술기법들도 다루어 보고자 한다.

 

Meret Oppenheim, 'Object, 1936', c.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초현실주의의 출현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은 그야말로 초토와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이어 유럽을 휩쓸었던 스페인독감으로 인해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들만큼의 인원이 또 사망했다. 이렇게 전쟁과 질병으로 생겨난 죽음의 공포는 아티스트들에게도 커다란 각성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내몰린 상태에서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던 이전의 예술작품들은 그들에게는 한낮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동안 서양문명과 미술에 적용되었던 그 철학의 바탕은 전후의 아티스트들에게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고 오히려 지양해야 할 과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의 공포에 내몰리게 되면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자기 방어 기제(Defence Mechanic)가 발동하기 나름인데 이것이 초현실주의(Surrealism) 작가들에게서는 현실에 대한 외면과 무의식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초현실주의는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진 예술 사조로서 다다이즘이 추구했던 미술형식의 파괴를 제고하고 여기에 '비합리성', ' 비이성', '무의식(unconscious), '잠재의식(subconscious)'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을 더했다. 그들은 인간 내면의 세계는 그가 눈으로 보는 현실의 세계보다 더욱 정확하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아티스트라면 이렇게 현실보다 정확한 자신 내면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재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그들은 당대 무의식연구의 선구자였던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그몬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 분석학, 특히 '꿈의 해석'에 큰 영향을 받았다.

 

초현실주의 선언문(Surrealist Manifesto)

'초현실주의'이란 이름은 1917년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시인이었던 기움 아폴리네르 (Guillaume Apollinaire)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으나, 1924년 시인이자 아티스트였던 '앙드레 브레통 (Andre Breton)'이 그의 동료작가들과 함께 발표한 '초현실주의 선언문(Surrealist Manifesto)'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었다. 브레통은 선언문에서 '우리 초현실주의자들은 말과 글로 혹은 그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 내면에 있는 생각이라는 메커니즘이 가지는 진정한 역할을 자동기술적인 표현 방법을 통해 지극히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재현한다. 그 어떠한 이성의 지배도 받지 않고 미학적이고 도덕적인 사고에서 벋어 난 매우 순수한 생각만을 기술한다.'라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조르조 데 키리코 (Giorgio de Chirico), 후안 미로(Joan Miro), 앙드레 마송(Andre Masson),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루이스 브뉴엘(Luis Brunel) 등이 있다. 초현실주의자들 역시 다다 아티스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작품이 미술의 대상으로 숭고화 되는 것에 반대하며 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을 연구하였다. 이중 대표적인 기법으로는 일상의 사물이나 이미지들을 화면에 붙여서 표현하는 '콜라주(Collage)', 막스에른스트가 개발한 문지르기 기법 '프로타주(Frottage)', 인쇄물을 오리거나 찢어 부치는 '빠피에 꼴레(Papier Collar)', 앙드레 마송과 후안 미로가 주로 사용했던 '자동기술법 (automatism)', 마지막으로 달리와 마그리트가 주로 사용했던 '데페이즈망'이 있다.

 

언캐니(Uncanny)

데페이즈망은 주로 우리의 주변에 있는 대상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실제의 오브제를 가지고 그것과는 전혀 다른 요소들을 작품 안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일상적인 관계에 놓인 사물과는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게 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이질적인 모습에서 드러나는 언캐니(uncanny)한 감정은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매우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이다. 언캐니는 프로이트의 유명한 논문의 원제인 운하임리히(Unheimliche)의 영어적 표현이다. 여기서 어근이 되는 '하임(Heim)'은 '집', 혹은 '안락함'을 의미하고 반대로 운하임리히는 어딘지 낯설고 불안정한 심리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이렇게 '언캐니'함은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도드라지는데 얼굴이 초록 사과로 가려진 'The Son of Man (1964)'이나, 벽난로에서 튀어나오는 증기기관차를 그린 'Time Transfixed (1938)'가 한 예이다. 이러한 데페이즈망은 비단 회화에서 뿐만 아니 당시 오브제를 이용한 초현실주의 작업에서도 볼 수 있다. 달리의 'Lobster Telephone (1938)'은 옛날식 전화기의 수화기 부분을 커다란 가재로 덮어놓아 전화기로써의 역할을 상실시키고,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을 유도한다. 메레트 오펜하임 (Meret Oppenheim)의 1936년작 'Object (or Luncheon in Fur)'은 당시 초현실주의를 이끌었던 브레통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는데 털로 뒤덮인 찻잔과 티스푼은 더 이상 그 본래의 실용적이고 미학적인 기능을 상실하므로 해서 초현실주의 선언의 내용과 딱 들어맞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쟁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우리 인류는 하나의 또 다른 예술의 형태로 승화시켰다. 100년이 지난 지금 동시대 현대미술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제공하고 있는 이 사조는 예술과 인간의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증명한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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