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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한 마음의 웰빙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통해 본 얀 베르메르의 예술세계

by 웰빙클래스100 2023. 8. 21.

이번글은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통해 17세기 네덜란드의 바로크 아티스트인 앤 베르메르(Jan Verneer)의 소설 같은 인생과 그의 예술세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의 개요 및 줄거리

2003년 개봉한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트레이시 쉴바리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피터 웨버가 감독한 작품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하는 본 영화는 당시 네덜란드의 사회적 분위기와 여성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또한, 주연인 그리트 역을 잘 소화해 낸 스칼렛 요한슨의 뛰어난 연기로 인해 영화는 더욱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난한 집안의 딸 그리트가 청교도 상인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인생 드라마이다. 공예가였던 그리트의 아버지가 시력을 잃게 되면서 집안의 가세가 기울어지고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그녀는 마지못해 부잣집 하녀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집이 바로 17세기 더치 바로크의 거장 '얀 베르메르'의 집이었다. 집안의 규칙에 따라 열심히 일하지만 녹녹지 않은 하녀로서의 삶은 그녀를 하루하루 지치게 한다. 미술에 재능이 있었던 그녀는 베르메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동경하게 되고 그에게 그림 그리는 것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대신 베르메르는 그녀를 모델로 삼아 그림을 제작하게 되는데 그리트는 그림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고, 페르메이르는 그리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며 이는 그녀를 향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이를 질투한 베르메르의 아내 카타리나는 그리트가 자신의 남편을 유혹하려 한다고 생각하며 그리트를 괴롭히고 그 괴롭힘을 참아내는 노력도 부질없이 결국에는 집에서 나오게 된다. 하지만 그리트를 향한 베르메르의 사랑은 영원히 그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본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여성의 삶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비록 가난한 집안의 딸이었지만 삶에 충실하고 그림을 통해 새롭게 보게 되었으며 베르메르를 사랑했지만 남자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베르메르의 예술세계

얀 베르메르는 렘브란트와 프란스 할스와 함께 네덜란드 미술의 3대 거장에 속한다. 그러나, 그는 나머지 두 작가와는 달리 당대의 미술계에서 뿐만 아니라 19세기 후반까지도 무명작가로 남았었다. 이 주된 이유는 생전에 그렸던 작품의 수가 같은 시기 다른 작가들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적었다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당대 작가가 활동했던 시기는 17세기 바로크 시기로서 귀족들 뿐만 아니라 장사로 돈을 번 신흥 부자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컬렉터들의 커미션 작업의 수요가 증폭된 시기로써 렘브란트와 할스와 같은 작가들은 생전에 수백 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남겼던 반면, 베르메르는 단 45점 정도의 작품만 제작하였으며 현재는 36점만이 전해져 오고 있다. 사실 그는 그림을 배운 스승도 혹은 그만의 독특한 회화 기법도 전수해 준 제자도 부재했다. 다만, 그의 작업들은 피터 반 로이번과 같은 델프트 지역의 소수 후원자들을 위해 제작되어 그 활동의 범위가 상당히 좁았음을 추정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는 델프트 화가 협회의 존경받는 회원이었고, 피터 데 후흐와 같은 동시대 화가들과도 예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교류했다고 전해진다. 아트 딜러였던 아버지의 이른 사망으로 인해 가세가 기울어지자 베르메르는 미술 교육을 중도에 그만두어야 했고, 이후 독학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 기법을 마스터하였다. 그 후 부유한 가톡릭집안의 이혼한 딸과 결혼한 후에 그녀의 집안에 들어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물론 이후에는 대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의 역할도 하였으며 1670년대 초반의 네덜란드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생활에 어려움이 생겨 힘든 말년의 시기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베르메르는 다양한 선대 작가들의 회화 기법을 연구하여 자신의 스타일에 적용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작가로는 안소니 반 다익(Anthony van Dyck), 헨드릭 테르 브루헨(Hendrick ter Brugghen)을 들 수 있다. 또한, 그는 빛의 효과와 광학적 특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였는데, 이는 실제 이미지를 투사하는 카메라 옵스큐라에 관심을 두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추측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며, 색상과 형식적 관계의 조화로운 조합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의 주된 소재는 당시 여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의 모습들이지만 인물의 자세와 공간사이의 깊은 연구를 통해 관람자로 하여금 마치 그 장면을 엿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1657년작 '잠든 하녀'는 베르메르의 초기 풍속화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우유 짜는 여자', '물병을 든 젊은 여자'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공간에 대한 임의적인 구성과 관찰을 통해 그 안에 인물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독특한 방법을 창조해 내었으며 그의 하녀 그리트의 모습을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작품 또한 초상화로 그려진 것이 아닌 위와 같이 공간에 대한 디자인과 사실을 근거로 한 인물화의 조합으로 그려진 것이다. 이렇듯 그의 공간에 대한 해석과 인물에 대한 묘사력, 그리고 감상자의 시각을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유도하는 기법은 그를 바로크의 대가로 기록되게 하였다. 

 

영화의 평가

이렇듯 베르메르의 작품세계를 인물 간의 서정적인 묘사를 통해 그려낸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그의 동명의 작품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작품의 모델, '트로이'와  '콜린 퍼스'가 연기한 주인공 '베르메르'와의 관계를 매우 섬세한 톤으로 그려낸 본 작품은 개봉과 동시에 배우들의 연기력과 작품성에 대해 대부분의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스크린에서 그림같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작품의 세부적인 면들까지도 섬세하게 재현하여 베르메르의 작품세계를 섬세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받았다. 더불어, 알렉산드르 들피( Alexandre Desplat)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영화음악은 본 영화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전개하고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까지 잘 전할 수 있게 한 매개체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었다. 알렉산드르 들피는 프랑스의 작곡가로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2007),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2010)들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의 음악을 작곡했다. 특히 그는 클래식 음악과 현대적인 사운드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각각의 영화들이 담고 있는 미세한 감정과 독특한 상황의 전달을 훌륭히 만들어 내었다. 물론, 본 영화가 극찬만을 받은 것은 아니다. 줄거리 자체가 다소 심플한 반면에 다소 길게 늘어진 호흡으로 전개되는 장면 장면들에 대해 어떤 이들은 영화에 대한 지루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평론가 및 관객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후대에 아주 잘 만들어진 예술 영화로 기록되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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