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서는 오스트리아가 나은 천재 화가 에곤 쉴레의 삶과 예술을 다룬 예술영화 '에곤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그의 작품세계와 작품에 얽힌 배경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영화 '에곤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감상평
본영화는 오스트리아 미술의 거장 구스타브 클림트를 능가하는 천재 아티스트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을 그의 작품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준 4명의 여성과 함께 풀어낸 드라마입니다. 본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그 누구보다 드라마틱했던 청년기를 보낸 에곤쉴레의 삶을 돈독했던 여동생 게르티 쉴레의 시점으로 그려내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감독은 심리적으로 온전하지 못했던 그의 가정사를 애잔하게 그려내므로 해서 쉴레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그의 작가적 광기에 끼친 영향을 정당화시키며 그가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내는 데에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 또한 유추할 수 있게 합니다. 훤칠한 키와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예술적 천재성까지 겸비했던 쉴레는 오스트리아의 최고 미술학교에 최연소로 입학을 하며 주변의 많은 기대를 받게 되지만 그 누구보다 확고한 작가관을 가지고 있었던 쉴레에게 기존의 보수적인 유럽 회화 방식은 너무나도 진부하고 숨 막히게 다가왔습니다. 쉴레는 예술가로서의 안정된 미래를 단숨에 박차고 나와 스스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게 되는데 그의 독창적인 미술세계에 커다란 스승의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오스트리아 모던 회화의 대가 구스타브 클림트 였습니다. 쉴레는 작가 인생의 선배이자 또 다른 천재성을 가진 클림트의 회화에 푹 빠져 그가 가졌던 색감과 붓터치 하나하나를 모방하고 익혀 나갔습니다. 이렇게 클림트를 우상시하였던 쉴레의 작업을 실제로 마주한 클림트는 외려 그의 천재성에 놀라며 그에게 선배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속으로는 내심 질투를 느끼기도 합니다. 학교를 박차고 나왔으나 클림트와의 조우는 그가 자신만의 독창적성을 가진 화가로 갈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쉴레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단 회화적 기법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어릴 적 느꼈던 공포로 인해 가지게 된 트라우마는 죽음과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사투에 몰입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이것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자기만의 도피 수단으로 그는 관능적인 욕망과 사랑을 택하게 되는데 이 두 가지 요소는 그의 작품들 안에서 묘하게 어우러지는 듯합니다. 본 영화에서는 이러한 관능적 욕망과 사랑이라는 울타리에 대한 갈망을 그를 스쳐간 네 명의 여인과의 관계를 통해 독특한 시각으로 그려냅니다. 아무런 가식적인 필터도 거치지 않은 채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내려 했던 그에게 실제 사랑의 경험은 작품을 그리는 행위만큼 중요한 작업의 일부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연인과의 관계가 바로 그의 작품들 안에서 고스란히 시각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본 영화는 또한 유럽을 사랑했던 낭만적인 청년의 쉴레의 모습도 놓치지 않고 담아내었습니다. 영화 안에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유럽 곳곳의 주옥같은 도시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비단 합스부르그 왕가의 화려한 미학적인 취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뿐만이 아니라 바로크의 나라 체코 리퍼블릭, 그리고 지중해의 숨은 진주인 크로아티아 남부의 달마시아 해변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보물 같은 장면들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에곤 쉴레의 죽옥 같은 작품들은 영상 안에서 마치 그의 회고전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듯합니다. 특히, 각가의 작품들이 가지는 작가의 의도와 그 배경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과정은 비단 하나의 전시를 관람하는 것 이상의 감명과 스릴을 선사합니다.
비운의 천재 화가 '에곤 쉴레(Egon Leo Adolf Ludwig Schiele|)'
아티스트 에곤 쉴레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천재 화가 '에곤 쉴레'는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 유행으로 인해 피폐해진 1900년대 초반의 유럽 미술세계의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작가입니다.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툴른에서 태어난 에곤 쉴레는 유복한 중산증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의 병과 정신질환으로 인한 폭력과 공포로 어린 시절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매독에 걸려 폐인이 된 아버지는 그의 광기로 인해 집안의 모든 소유물을 아궁이에 던져버리고, 이로인해 하루아침에 가세가 기운 집안은 한순간에 풍비박살이 나고 맙니다. 아버지가 병에 걸리기 전까지 그를 많이 따르고 사랑했던 쉴레는 아버지의 이런 광기 어린 죽음은 그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반면에 이러한 경험들이 그에게 예술에 대한 집착과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어릴적 부터 다른 아이들보다 한발자국씩 느린 발달과정을 거쳤지만 그림그리는 것 만큼은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에곤 쉴레는 빈 예술 아카데미에 최연소로 입학을 허가받아 천재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학풍에 반대해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과 뜻을 같이했던 친구들과 함께 '신예술가 그룹'을 결성하여 자신만의 창작을 이어나갔습니다. 그의 작품활동은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지만, '신예술가 그룹'을 결성한 후에는 친구들과 동생 게르티 쉴레, 그리고 모델 모아 만두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인 체코의 크루마우에서도 활동하였습니다. 특히, 당대 최고의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와의 조우는 그의 작업에 커다란 전환전이 됩니다. 쉴레는 구스타프 클림트와의 만남을 통해 일생의 사랑인 발리 노이질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그의 삶에 큰 행복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아동 성추문 등의 고통과 시련도 겪었습니다. 에곤 쉴레는 도발적이고 과감한 터치로 인체를 표현하며, 금기를 깨고 죽음과 에로티시즘이 결합된 충격적이고 매혹적인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화풍은 그의 작품들을 독특하게 만들어냈으며, 그의 작품들은 대중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8년이라는 찰나와 같은 생을 살았지만 무려 5000여 점이 넘는 다작을 하였으며, 강렬한 예술관은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왈리의 초상(Portrait of Wally)'에 얽힌 소유권 분쟁
에곤 쉴레의 사후에도 그가 남긴 유작들은 끊임없이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특히 1912년에 제작된 작품 '왈리의 초상(Portrait of Wally)' 작업은 오스트리아의 거대 컬렉터인 루돌프 레오폴드에 의해 구입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후에 5000점이나 되는 그의 다른 컬렉션들과 함께 오스트리아 정부에 의해 소유권이 이전되어 레오폴드 미술관의 소장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루돌프 레오폴드와 엘리자베스 레오폴드 부부는 19세기의 하반기 50년간의 오스트리아와 유럽의 모더니즘 회화를 독특한 시각으로 컬렉션 해 왔습니다. 특히, 그들이 가진 전위적인 컬렉션 방식은 1960년대까지 금기시되어 왔던 클림트와 쉴레의 작업들을 대거 소장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중 쉴레의 작업은 총 220점이 소장이 되어있는데 이는 세계 미술관중에서 가장 밀도 있는 쉴레의 컬렉션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997년부터 1998년까지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 쉴레의 '왈리의 초상' 작품에 전시되었는데, 그 후에 작품은 뉴욕 카운티 지방 검사의 명령에 의해 압류되었습니다. 이것은 작품의 이전 소유주 상속인들이 본 작품이 나치에 의해 약탈당했으며 따라서 현 소유주에게 돌려줘야 마땅하다고 주장하여 소송을 제기한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분쟁은 2010년 7월 20일에 해결되었고, 작품은 그 후 레오폴드 미술관이 1,900만 달러에 다시 사들이게 됩니다. 2013년에도 본 미술관은 소더비 경매에서 쉴레의 작품 3점을 더 1,400만 파운드에 판매하여 그의 작품 'Houses by the Sea'에 걸린 보상 소송을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비싼 작품인 '두 연인'은 종이에 그린 작품으로 세계 경매 기록을 788만 파운드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에곤 쉴레의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미술계와 대중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의 유작들은 세계적인 미술관들에 소장되고 전시되며 서양 미술사에 중요한 예술가로 기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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