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인상주의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 르누아르의 생애를 다룬 영화'르누아르'를 통해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드려다 보고자 한다.
영화 ‘르누아르’
질 부르도스 감독의 영화 ‘르누아르’는 인상주의 화가의 대가인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일대기를 서정적으로 담은 영화이다. 파리 부르주아들의 화려한 삶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르누아르의 어린 시절은 이와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가난한 양복점집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생활전선에 나가야 했고, 그중 도자기공장에서 커피 잔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틈틈이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선대 화가들의 작품을 보며 그림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본 영화는 르누아르가 74세로 죽음을 바라보던 1915년 프랑스 리비에라 지방의 한 여름날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또한 유럽에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며 정치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기이기도 했다. 영화는 르누아르의 집과 작업실을 중심으로 그의 주변인과의 관계를 잘 묘사하며 그의 작품세계를 잘 설명하는데 특히 그가 새 모델로 고용한 영화배우 지망생 ‘데데’가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특히, 후에 화가 아버지 못지않은 명성을 얻은 영화감독이 되는 르누아르의 아들 ‘장’과 ‘데데’의 풋풋한 사랑은 영화의 매력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그의 작품에서 ‘아름다움’이란 매우 중요한 창작적 요소가 되었는데 이를 충족해 준 것이 그의 부인이자 모델이었던 알린 르누아르이다. 그가 50살이 넘은 나이에 만난 20세 연하의 모델 알렌은 현모양처로서 그리고 작품의 모델로서 평생 그의 그림자가 되어 곁에서 말없이 도와주었으며 아내 알린의 이러한 사랑과 지극한 정성은 르누아르가 부드럽고 안정적인 화풍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아내를 잃은 후 실의에 빠진 그에게 다시 창작의 기운을 북돋아 주었던 또 다른 뮤즈가 바로 우윳빛 피부와 빛나는 붉은 금발을 한 소녀 ‘데데’였다. 어린 시절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고단한 일생을 살아온 르누아르는 밝고 환희로 가득 찬 자신의 작업을 정신적인 탈출구로 삼았다. 그는 삶의 소소한 기쁨이 담긴 장면들을 빛이 어우러진 색의 스펙트럼을 통하여 즐겁고 유쾌하며 눈을 즐겁게 하는 작품으로 재 탄생 시켰다. 영화는 나날이 병약 해저 손으로 붓을 집어들 힘조차 없는 몸상태에서도 손가락에 붓을 칭칭 동여매고 통증을 인내하며 아름답고 서정적인 명작들을 그려내는 그의 집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장면 장면들의 콜라지로 구성된 본 영화는 르누아르의 초상으로 재탄생되었다.
르누아르의 작품세계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회화를 통해 삶의 모습을 통한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였다. 이러한 아버지의 예술적 감각을 물려받은 자녀들 또한 배우 영화감독 그리고 예술가로 장성하여 집안 전체가 예술가 집안으로 거듭났다. 여느 인상주의 작가들이 그러하듯 빛에서 반사하는 빛과 함께 어우러진 높은 채도의 색상을 사용하였지만 동시에 사실적인 구도로 구성된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어 다른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들과 차별성을 두었다. 이는 사실주의 작가인 구스타브 쿠르베와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가 많이 쓴 짙은 청색과 검은색 또한 마네의 그림에서 특히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또한,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프랑수아 부셰와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스타일을 동경하였는데 로코코 작품이 주로 표현했던 인생에 대한 유희와 즐거움은 르누아르 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다이애나'는 쿠르베의 사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신화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르누아르의 애인이자 그의 작품에 많은 영감을 준 리즈 트레오를 모델로 했다. 1860년대 후반, 르누아르와 그의 친구 클로드 모네는 야외에서 물과 빛을 그리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기존의 회화에서 보였던 것과 같이 물체의 그림자가 갈색이나 검은색이 아니라 주변 물체에서 반사된 색들을 머금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전문용어로 확산 반사라고 불리며, 이는(1869년작 ‘개구리 연못’과 같이 르누아르와 모네가 나란히 작업하여 그린 그림에 잘 나타나있다. 그의 인상주의적인 스타일을 가장 잘 대변하는 대표작이자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1876)는 몽마르트르 언던에 있는 야외 무도회장의 열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그러나 1881년 라파엘, 레오나르도 다빈치, 티치아노 등 그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접한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들을 통해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 그는 다시 작품의 묘사에 충실한 고전주의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는데 미술사가들은 이 시기를 그의 ‘앵그르 시대’라고 명했다. 그러나 1890년대 이후 다시 이전의 인상주의 화풍으로 회귀하였으며 평생 동안 그는 수천 점의 작품을 남겼다.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바르네스 파운데이션에 가장 많은 르누아르의 컬랙션을 보유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평론
영화 '르누아르'는 프랑스와 해외에서 모두 비평가와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본 영화에 대한 평론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영화의 전체적인 플롯과 영상에 대한 아름답다는 것에 대한 이견은 없으나 지나친 캐릭터의 묘사와 느린 전개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평론도 분분했다. 하지만 여러 저명한 상에 후보로 올라 영화에 대한 작품성은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의 'The Critic's Pick'의 목록에 올랐고,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프랑스 출품작으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2014년 1월 제39회 세자르상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그중 의상 디자인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르누아르의 삶과 작품의 정수를 포착한 아름답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는 이 영화를 '감동적이고 통찰력 있는 위대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의 초상화'라고 칭했고, 영국의 가디언 지는 '르누아르와 영화를 모두 좋아하는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평했다. 르누아르나 인상주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꼭 보길 추천한다. 이 영화는 진정한 장인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예술을 통한 마음의 웰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통해 본 얀 베르메르의 예술세계 (0) | 2023.08.21 |
---|---|
벨벳 버즈소(Velvet Buzzsaw)로 보는 동시대 현대미술 시장의 잔혹사 (0) | 2023.08.15 |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으로 보는 쉴레의 예술세계 (0) | 2023.08.04 |
예술영화 '고야의 유령들'에 담긴 18세기 스페인의 시대상 (0) | 2023.08.02 |
영화 '바스키아'를 통해 본 아티스트의 인생과 예술세계 (0) | 2023.07.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