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술을 통한 마음의 웰빙

벨벳 버즈소(Velvet Buzzsaw)로 보는 동시대 현대미술 시장의 잔혹사

by 웰빙클래스100 2023. 8. 15.

이번 글에서는 동시대 현대미술 시장의 어두운 잔혹사를 다루면서도 예술의 힘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독특한 영화 '벨벳 버즈소(Velvet Buzzsaw)'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영화의 개요

벨벳 버즈소는 미국 동시대 현대미술 시장의 잔혹사를 풍자적인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공포 영화로써 2019년 1월 27일 선댄스 영화제에서 초연되었다. 댄 길로이(Dan Gilroy)가 감독 및 각본을 맡고, 제이크 질렌할, 젬마 아쉬튼, 리네 러소, 토니 콜렛, 데이비드 디그스, 니타 비디야사거, 톰 스타리지, 나탈리아 다이어, 빌리 맥그로스, 미그 마카리오, 존 말코비치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본 영화는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포장된 현대 미술계의 어둡고 부패한 면을 풍자적으로 그린다. 길로이 감독은 예술을 부의 축적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미술계의 모든 플레이어들 즉, 허세 가득한 아티스트들, 갤러리스트들, 에이전트들, 컬렉터들, 그리고 특히 비평가들을 겨냥한다. 본 영화의 아트 딜러들은 미술작품의 금전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들이 거래하는 작품의 희소성을 부여하는 계락을 꾸미고 이는 돌이킬 수 없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며 이러한 그들의 욕망은 결국 그들을 파멸의 길로 이끈다. 본 영화는 미국 LA 지역의 현대미술계에서 활동하는 미술 평론가 모르프 반더월트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모르프는 현대 미술계에 팽배한 부조리함을 비판하는 인물로서 헤이즈 갤러리의 대표인 로드로아 헤이즈와 갈등을 빚는다. 로드로아는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본인이 거래하는 작품들의 가치를 높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녀와 그 미술계의 지인들은 어두운 과거를 가진 한 무명 아티스트의 유작들을 상품화하기 위해 계략을 짜는데 감독은 바로 이러한 행동에 따른 고통들을 풍자와 공포의 하이브리드로 표현한다. 영화 초반부에서 감독은 이러한 등장인물들을 가지고 놀다가 영화의 하반기에서는 실제 폭력을 풀어놓는다. 이 영화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일관성이 없고 그가 조롱하는 미술 세계만큼이나 피상적이지만 그림을 감상하듯 영화를 보는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본 영화는 미국 현대미술계의 어두운 면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예술에 내재된 힘을 긍정적으로 그리는데, 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련하게 묘사된다. 미국 현대미술의 블루칩 작가였으나 매너리즘에 빠져 괴로워하던 피어스는 자신이 요양하던 전원 지역의 해변에서 나뭇가지로 모래 위에 춤을 추듯 살아있는 곡선들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 장면은 진정한 예술은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영화는 예술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

세계 최대 아트페어 중의 하나인 '아트바젤 마이애미'의 VIP 오프닝에 참석한 미술 평론가 모르프 반더월트는 그의 친구인 조세피나와 마주친다. 조세피나는 로드로아 헤이즈 갤러리 소유주이자 펑크 록 밴드 벨벳 버즈소의 전 멤버였던 로드로아 헤이즈의 직원이다. 헬스 트레이너인 애드와의 시들해진 사랑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모르프는 당시 남자친구와의 불화로 괴로워하던 조세피나와 사귀기 시작한다.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조세피나는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에 쓰러져 죽어 있던 베틀릴 디시를 발견하고 그의 집에 우연하게 들어가게 되는데 천재적인 감성으로 그려진 수많은 그림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중 일부를 훔쳐온 그녀는 본인의 판단을 재 검증받기 위해 남자친구이자 평론가인 모르프에게 보여주는데 그 또한 작품에 대해 완전히 매료된다. 이를 눈치챈 갤러리스트 로드로아는 조세피나를 반 협박으로 설득해 디시의 작업을 공동으로 관리하기로 협약한다. 디시의 몇몇 작업을 선별해 헤이즈 갤러리에서 전시로 선보이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고 이는 시립 미술관의 미술 큐레이터 그레첸, 헤이즈 갤러리의 블루칩 작가 피어스, 떠오르는 신인작가인 댐리쉬등 그곳 미술계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작품의 인기를 감지한 로드로아는 작품의 희소성을 관리하여 작품가를 올리기 위해 나머지 작업들을 창고로 옮겨 보관하기로 하고 갤러리의 테크니션에게 이를 명한다. 트럭에 작품을 가득 싣고 이동 중이었던 테크니션이 담뱃불을 잘못 붙이며 그 불씨가 바지에 떨어졌고 그것이 그림에 옮겨 붙어 트럭에 불이 나게 된다. 가까스로 근처의 버려진 주유소에 들어가 얼굴과 몸에 입은 화상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갑자기 그가 옮기던 그림 속으로 들어가 갇히게 되고 밖에 세워두었던 트럭과 그 안의 그림들도 모두 불타버린다. 반면, 디시에 대해 조사하던 모르프는 그가 어린 시절 아버지로 부터 육체적이고 정신적으로 모진 학대를 받고 자랐고 그로 인해 아버지를 살해한 후 정신 병원에 보내져 또 다른 가혹한 시련을 겪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헤이즈 갤러리의 경쟁갤러리의 주인인 존 돈돈은 사립 탐정을 고용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고 모르프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언론에 폭로하기로 한 그날 밤 수수께끼의 손에 이끌려 본인이 두르고 있던 스카프에 목에 메어 죽게 된다. 반면 모르프 또한 디시의 그림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그림 안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감지한다. 그는 그의 눈에 이상이 있어 보이는 착시 증상으로 생각하고 안과에서 검사를 받았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고 나서 본인이 감지한 수상함이 현실임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 더불어, 작품들을 보수하던 직원으로부터 작품에 사용된 어두운 흑색은 실제로 사람의 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전달받고 그는 점점 더 그림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반면, 시립미술관 큐레이터였던 그레첸은 멀티 밀리언에어인 컬렉터의 개인 어드바이저로 전업하고 전도 유망한 작품들을 싸게 사드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몇 차례의 흥정 끝에 헤이즈 갤러리로 부터 디시의 작업을 사드린 후 작품의 금전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게 되는데 전시 오픈 전날 설치된 조각작품에 손을 넣어보다 손이 두 동강이가 나서 과 출혈로 사망한다. 다음날 작품을 관람하러 온 학생들과 일부 관람객들은 그 시신을 조각작품의 일부로 생각하고 감상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다. 이렇게 디시의 작품과 얽힌 모든 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씩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죽음들이 디시의 작품이 불러온 저주라고 확신한 모르프의 환각은 더 심해지고 그는 로드로아에게 디시의 작품을 팔지 말라고 경고하며 디시에 대한 모든 사실을 기사로 폭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무시하고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서 작품의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작품을 팔아치우려고 한다. 또한, 조세피나도 그라피티 그림이 그려진 벽의 일부로 녹아들어 갇히게 되고, 모르프 또한 자신이 무시했던 로봇 조각 작업에 의해 살해된다. 이제야 이 모든 죽음이 디시의 작품과 관련이 있다고 믿게된 로드로아는 자신의 집에서 그와 관련된 모든 작품들과 관련된 이미지를 제거한 후 그녀의 마당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앉아 있지만 목에 있는 톱니의 문신이 회전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살을 베어 죽인다. 

 

해외 평론가들 및 대중들의 엇갈린 반응

벨벳 버즈소에 대한 해외 평론가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예술계의 어두운 면을 섬뜩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호평하기도 했으나 또 다른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너무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예술계의 부조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예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 영화는 예술계의 어두운 면을 섬뜩하게 묘사하고, 우리에게 예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며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나, 메타크리틱은 본 영화가 너무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예술계의 부조리를 너무나 크게 왜곡하고 있다며 혹평했다. 또한, 평론가들의 평가보다는 일반 관객들에게 더욱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대중들이 작성한 리뷰들을 보면 대부분 평론가들의 혹평으로 영화 보기를 망설였으나 실제로 영화를 본 후의 소감은 전혀 달랐으며, 블랙 유머를 동반한  매우 독창적인 영화라고 찬사 한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듯 본 영화 '벨벳 버즈소'는 부패한 미술시장을 풍자하는 데에 있어서 다소 과장된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자행되고 있는 추악한 현대미술계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걸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마지막을 장식한 존 말코비치의 해변에서의 모래드로잉은 부패할 데로 부패한 현대미술계를 떠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창작의 세계로 다시 돌아간 한 노장 아티스트의 모습을 강렬하게 그려내며 예술이 가진 숭고성을 재현시키는 듯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