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글에서는 1960년대 미국 추상미술과 함께 당대 중요한 예술운동이었던 미니멀리즘(Minimalism) 미술에 대해 다루어 보고, 대표작가인 아티스트 솔 르윗 (Sol LeWitt)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도 드려다 보고자 한다.
미니멀리즘 예술운동의 역사
1960년대의 미니멀리즘 예술운동은 뉴욕에서 등장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운동 중 하나로, 추상 표현주의로부터 멀어지고 심플하고 기하학적인 미학을 선호하는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형성되었다. 이 시기에 뉴욕에서 유럽의 추상미술운동에 대한 전시, 네덜란드의 데 스테일(De Stijl) 예술가들, 러시아 구성주의자들, 그리고 독일 바우하우스(Bauhaus) 출신 작가들의 작품에 전시가 되었는데 미국 미니멀리즘 작가들이 이 전시를 통해 유럽 추상주의 미술에 대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급진적인 추상성을 개척하했던 이 유럽의 작가들은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댄 플라빈(Dan Flavin),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등의 작가들에게 그들만의 미니멀한 새로운 방향을 탐색할 수 있는 영감을 주었다. 이렇게, 미니멀리스트 작가들은 작품에 작가적인 내러티브나 작가의 그 어떠한 제스처도 배제하였으며, 미술이 가지는 객관적이고 시각적인 요소 그 자체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미니멀리스트 작가들은 그들의 미술운동에 이론적인 근거를 마련하여 그들의 개념을 더욱 공고히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였는데 미니멀리즘 예술운동을 형성하고 정의하는 다양한 논문들을 발표했다. 도널드 저드는 그의 1965년 논문 'Specific Objects'에서 회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예술 형식들 사이의 구분을 거부하는 그림이나 조각으로 쉽게 분류되지 않는 작품들을 받아들이기로 한 그의 의지를 밝힘으로써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확립하려 했다. 로버트 모리스는 1966년에 발표한 논문 'Notes on Sculptures'을 통하여 미술작품 제작에 있어서 관람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형태의 사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며, 작품의 해석은 그것이 전시되는 맥락과 조건에 의존한다고 했다. 또한, 솔 르윗은 그의 논문 'Paragraphs on Conceptual Art'를 통해 작품의 개념과 창작과정의 중요성을 미적인 특징보다 우선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미니멀리즘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미니멀리즘 예술운동의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 중 하나는 1966년 뉴욕 유대박물관에서 개최된 'Primary Structures' 전시였다. 댄 플라빈, 솔 르위트, 로버트 모리스, 칼 안드레, 도널드 저드 등 당대 미니멀리스트 작가등이 참여한 전시는 당시 최초로 개최된 미니멀리즘 전시로써, 전통적인 서양 예술의 캐논에 새로운 시각 어휘를 소개하였다는 큰 비평적인 찬사를 받았다.
서양 미술의 캐논을 깨다!
미니멀리즘 미술에서 조각은 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작가들은 섬유 유리, 합판, 플라스틱, 시트 금속 및 알루미늄과 같은 산업 재료를 사용하여 공간 내에서 삼차원적인 기하학적 형태를 창조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조각작품은 플린스(조각대)가 아닌 바닥에 놓이며, 관람객들은 기하학적 몸체의 반복되는 작품 안에서 그 안에 내포된 유기적인 관계를 살펴볼 수 있도록 초대되었다. 도널드 저드, 댄 플라빈, 솔 르위트, 로버트 모리스, 칼 안드레, 앤서니 카로, 토니 스미스 등의 작가들은 격자 구조를 기반으로 신체성과 공간 간의 관계에 실험적으로 접근하는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Primary Structures' 전시서 특히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칼 안드레의 바닥에 놓인 137개의 벽돌로 이루어진 줄의 형상을 한 작품 'Lever(1966)'였다. 그리고 솔 르윗의 'Untitled(1966)'은 텅 빈 흰색 큐브들이 반복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화에서는 프랭크 스텔라, 엘스워스 켈리, 애그네스 마틴, 로버트 라이먼 등의 작가들이 '단단한 가장자리'를 가진, 단색 영역들과 반복적인 패턴 및 기하학적 형태로 완전히 자기 참조적인 캔버스를 창조했다. 결과적으로 평면적이고 이차원적인 공간이 형성되었으며, 이는 관람객들에게 기본적인 물리적 외관과 본질적인 특징을 노출시켰다. 이는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The Marriage of Reason and Squalor II' (1959)나 'title not known' (1967) 등이 그 예시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캔버스의 중심에 하나의 수직 또는 수평의 미도색 선을 포함하고 있으며, 캔버스를 완전히 동일한 섹션으로 나누는 다른 흰색과 검은색 선들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스텔라는 이 규칙적인 패턴을 통해 회화로부터 환상적인 공간을 제거하고자 시도했다. 미니멀리즘 예술 경향의 중요한 한 측면은 조명 설치에 대한 관심이었다. 작가들은 형태가 아닌 공간을 색상 제대로 구성하기 위해 형광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품의 초점은 조명 자체에 있었으며, 형태적인 조명 관을 중심으로 하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댄 플라빈이 주로 형광등 설치 작업에 참여했는데, 처음에는 전기 조명과 평면적인 정면 구조물을 결합하여 '상징'을 만들었고, 나중에는 상업적으로 구매 가능한 모든 색상의 형광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편, 서부 해안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빛과 공간(Light and Space) 운동'의 형태로 미니멀리즘 예술이 급속히 발전하였다. 이 운동의 작가들은 빛과 기하학적 형태의 사용이 주변 환경과 관람객의 인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미니멀리즘의 분파에 속한 작가들로는 메리 코스(Mary Corse), 존 맥크랙킨(John McCracken), 라리 벨(Larry Bell) 및 로버트 어윈(Robert Irwin) 등이 있다.
솔 르윗
솔 르윗은 미니멀과 개념적 예술의 창시자로 간주되며, 벽화부터 탑, 피라미드, 기하학적 형태, 진행까지 다양한 형태의 2차원 및 3차원 작품을 제작하였다. 그의 작품은 크기에 따라 책이나 갤러리 규모의 설치부터 거대한 야외 조각작품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초기에는 닫힌 형태의 목재 작품을 만들었지만, 1960년대 중반에는 외피를 제거하고 골격 형태인 개방적인 정육면체를 만들었다. 이러한 형태는 그의 작품의 기본 구성 요소가 되었고, 그 이후로는 대형 모듈러 구조물을 계획하고 콘크리트 블록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기하학적인 어휘에서 벗어나 무작위 한 곡선 형태와 선명한 색상을 통해 예술가의 흥미가 더욱 활발하게 나타나는 작품으로 발전하였다. 뿐만 아니라 1979년에는 루신다 차일즈 댄스 컴퍼니의 공연의 무대 디자인도 제작하였다. 대표작품으로는 1985년 베이절의 한 공원에 설치되었던 첫 시멘트 조작작품 'Cube'가 있다. 1990년부터는 작가는 콘크리트 블록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타워의 변형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그의 작품들은 잘 알려진 기하학적 어휘에서 벗어나 약간의 무작위 한 곡선 형태와 강렬한 색상을 첨가하여 작가만의 개성을 드러내었다. 2018년에는 솔 르윗이 1,000개 이상의 연한 색상 벽돌로 만든 '9 Towers'라는 거대 조각 작품이 스웨덴의 리라 스텐스브드에 위치한 키비크 아트 센터에 설치되었다. 이는 본래 솔르윗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진 하에스테인을 위해 제작되었으나 후에 본 아트센터에 기증되었다. 작가는 또한 1960년대 후반부터 개념적 드로잉을 벽화로 옮기는 설치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첫 벽화 작품은 1972년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 설치된 'Wall Drawing #122'이다. 본 작품은 작품은 무작위로 배치된 모서리와 변으로부터의 호를 사용하여 교차하는 두 개의 선의 모든 조합을 포함하는데 직선, 비직선, 끊어진 선을 사용하여 150가지 독특한 조합이 벽에 그려졌다. 1995년에는 건축적인측면이 고안된 'Wall Drawing #792: Black rectangles and squares’을 통하여 평면과 입체공간의 교차점을 강조하였다.
이렇게 미니멀리즘 예술에서 조각과 회화 그리고 조명을 사용한 빛은 기존의 서양미술의 표현적인 규율을 완전히 깨고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제시했다. 본 사조에서 보인 다양한 실험들과 이를 통해 제작된 다양한 작품들은 예술을 그 순수 그 자체의 물리적 모습과 본질적인 특성으로 귀속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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