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최고의 공공미술 'The Fourth Plinth'
영국런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거대하고 용맹스러운 사자 상들이 둘러싼 분수대가 있는 트라팔가 스퀘어(Trafalgar Square) 일 것이다. 유럽 최대의 고전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와 함께 런던의 대표적인 관광지 이기도 한 이곳에는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현대미술프로젝트가 있다. 이는 바로 지난 2003년부터 런던 시가 주최하고 있는 세계적인 공공 미술 프로젝트 'The Fourth Plinth'이다. 'Plinth'란 조각이나 입체로 제작된 미술 작품을 설치하기 위한 단상으로 이는 고전시대에는 대리석으로 조각된 인체상을 세우는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The Fourth Plinth'란 한국어로 '네 번째 단상'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럼 이러한 고전적인 단상이 런던 최고의 공공미술이 된 'The Fourth Plinth'의 배경은 무엇일까? 1838년 당시 영국의 건축가였던 찰스 배리가 (Charles Barry) 이 광장을 디자인할 시기에 분수대를 주변으로 George IV, Sir Charles Napier, Sir Henry 그리고 William IV 등 총 4명의 영국 위인들의 석상을 제작하여 설치할 계획이었다. 이중 네 번째로 북서쪽에 위치한 단상에 설치예정이었던 윌리엄 4세(William IV)의 기마상은 안타깝게도 버젯 부족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고 이후 150년이라는 기간 동안 빈 단상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영국의 지식인들과 시민들은 이 단상을 현대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부활시켜 보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었고, 이는 1998년 왕립 예술 협회 (Royal Society of Arts)의 주관으로 처음 실천에 옮겨졌다. 이후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문화예술을 통한 대대적인 브랜딩을 시작했던 런던시는 본 프로젝트가 고전적인 트라팔가 광장의 이미지를 보다 젊고 신선한 이미지로 브랜딩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신하고 2003년부터 런던시의 공식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승화시켰다.
대표 작품들
왕립 예술 협회는 영국의 아티스트 마크 웰린저(Mark Wallinger)를 비롯한 3명의 아티스트들에게 커미션을 주었고, 1999년 밀레니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마크 웰린저는 'Ecce Homo'이라는 작업으로 트라팔가 스퀘어를 장식했다. 이후 런던시가 주최가 되면서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이 네 번째 단상 위에서 빛났다. 그 첫 주자로서 2005년에 마크 퀸(Marc Quinn)이 '임신한 알리스 래퍼(Alison Lapper Pregnant)라는 13톤이나 되는 거대 대리석 조각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이탈리안 카라라 대리석 (Carrara marble)으로 제작된 본 조각상의 주인공은 바로 해표지증 (phocomelia)이라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영국의 여성작가 알리슨 래퍼이다. 두 팔이 없고 매우 짧은 두 다리만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현대미술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면 아들도 낳아 엄마로서의 역할 또한 훌륭히 해 내고 있는 여성이다. 이 조각상은 당시 영국에 사는 장애인들에 대한 존엄성과 권리를 부각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으며 2012년 런던 장애인 올림픽 때에는 커다란 풍선으로 제작되어 장애인 올림픽의 메인 마스코트가 되기도 했다. 2009년에 발표한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One Other'는 런던 시민 2400명의 참여로 구성된 현대미술 퍼포먼스로써 이는 영국 및 전 세계에 본 프로젝트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00일 동안 진행된 본 퍼포먼스에서 예술의 주체이기를 자처한 시민들에게 플린터(plinther)라는 별칭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 외에 독일의 아티스트 토마스 슈트(Thomas Schutte)의 건축적 모델인 'Model for a Hotel'(2007), 잉카 쇼니바레 (Yinka Shonibare CBE RA)의 'Nelsons Ship in a Bottle' (2010), 덴마크 출신으로 베를린을 기점으로 활동 중인 엘름그린 드라그셋(Elmgreen Dragset)의 'Powerless Structures, Fig 101' (2012), 독일의 아티스트 카타리나 프리츠 (Katharina Fritsch)의 'Hahn/Cock'(2013), 독일 태생으로 뉴욕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한스 하케 (Hans Haacke)의 'Gift Horse'(2015), 영국작가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의 'Really Good' (2016), 이라크계 미국작가인 마이클 라코위츠 (Michael Rakowitz)의 'The Invisible Enemy Should Not Exist'(2018)가 뒤를 이었다.
미래의 미술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
그럼 프로젝트가 기간이 지난 그 후에 작품들은 어디로 향했을까? 잉카 쇼니바레의 넬슨제독의 전함이 담긴 유리병 작품은 런던 그리니치에 있는 국립 해양 박물관 (National Maritime Museum)의 소장품으로, 엘름그린 드라그셋의 설치작업은 덴마크의 아르켄 현대 미술관(Arken Museum of Modern Art, Denmark)에서 소장품으로 구매했으며 카타리나 프리츠의 푸른색 수탉 'Hahn / Cock'은 미국 메릴랜드에 있는 글랜스톤 미술관(Glenstone Museum, Maryland, USA)에서 구매하여 워싱턴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으로 장기간 대여해 준 상태이다. 또한, 런던시는 2007년에 Fourth Plinth School Awards를 만들어 미래의 Fourth Plinth의 주인공이 될 창의적인 인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 매해 본 어워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런던의 초중고 학생들은 The Fourth Plinth에 설치 되었던 작품들과 참여작가들의 작품세계로 부터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5-7세, 8-11세, 12-15세로 나뉘어 심사가 되며 심사위원은 과거 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아티스트들 및 그외 미술 전문인들로 구성된다. 총 33개 구에 위치한 런던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참여할 수 있으며, 첫해에는 400명의 학생들이 지원하였고 최근에는 그 숫자가 2250명으로 증가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상 작품들은 여름방학 동안 런던시청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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