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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한 마음의 웰빙

런던 내셔널 갤러리 특별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감상평

by 웰빙클래스100 2023. 6. 22.

기독교에서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그대로 밟았던 프란치스코 성인(St. Francis of Assisi, 1181-1226)은 중세시대부터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예술인들의 영감이 되어왔다. 이번 글은 최근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티첼리에서부터 안토니 곰리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아티스트들의 작품들로 기획한 특별전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Saint Francis of Assisi)'의 리뷰를 다루고자 한다.

 

Antony Gormley, Untitled (for Francis), 1985 c.Tate Gallery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Saint Francis of Assisi)

13세기를 살다간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탈리아 움브리오 지역의 한 작은 도시 아시시에서 이 지역 비단 거상의 아들로 부유한 삶을 살았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으로 미래에 대한 아무런 걱정 없이 한량과 같은 젊은 시절을 보낸 그가 항상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이상적인 남성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중세의 기사이다. 13세기 중세시대 때 부자들에게 암암리에 각광을 받았던 세속화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이 바로 불의에 맞선 늠름한 기사의 모습이었다. 어린 프란치스코는 마음속으로 언젠가 이러한 용맹한 기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중 20대 청년이 된 즈음에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고 그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전쟁에 자원입대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안타깝게도 적군의 포로로 잡히게 되면서 지극히도 잔인했던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아버지가 거액의 몸값을 치른 후에야 풀려나게 되었지만 고양으로 돌아왔을 때엔 이미 몸과 마음이 쇠약해 질대로 쇠약해진 후였다. 실제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그는 유복하고 향락적이었던 지나온 삶에 대해 재고하고 앞으로 나아갈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커다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아 그가 가진 모든 부와 명예를 뒤로 한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기 위해 맨몸으로 집을 떠나게 된다. 평생을 그리스도의 가르침 대로 살며 그가 세상을 타계하기 2년 전에 기적적으로 예수의 성흔을 그대로 내려받고 예수가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른다. 서양미술사에서도 그의 행적을 담은 회화작품들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중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 성당에 그려진 중세 미술의 거장 조토(Giotto)가 프레스코화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전시 개요

본 전시는 총 40여 점이 넘는 유럽과 미국지역의 공공 미술관들과 개인 컬렉터들로 부터 대관해 온 작품들로 구성된다. 중세 시대의 패널화에서부터 현대의 마블 코믹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총 7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대적 변화의 모습에 성프란치스코의 모습이 어떻게 인식되고 진화되었는지를 잘 보여준 전시이다. 또한 동시대 현대 미술 작가들에게는 어떠한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하였는지를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지금으로 말하면 이탈리아 재벌집 장손으로 태어났지만 유일한 하나님을 아버님으로 섬기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집안과 의절한 프란치스토는 교파의 구분을 떠나 가톨릭, 성공회, 독일 개신교에서 모두 성인으로 인정하며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와 함께 이탈리아를 수호하는 성인이다. 살아생전 그가 이룩한 업적들은 그를 평화주의자, 환경운동가, 사회운동가, 동물 보호가, 인권운동가, 페미니스트의 전신이 되게끔 하였다. 이러한 주제들은 동시대 아티스트들에게도 끊임없이 다루어지고 있는 주제로써 중세 시대 이후 지금까지 프란시스코의 모습과 정신을 재현한 작품들이 총 20,000여 점에 달할 정도이다. 본전시는 이타적인 성인으로서, 아무도 생각지 못한 길을 개척한 혁신가로서, 환경운동가로서, 동물 애호가로서 프란시스코 성인의 모습을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시각을 빌어 독특하게 재 조명하고 있다.

 

대표작품

전시의 첫 번째 방에서 소개된 작업은 스페인 바로크 화가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Francisco de Zurbarán)이 그린 그의 초상 'Saint Francis in Meditation(1635-9)'이다.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을 이끌었던 카라바지오를 계승한 본 작가는 바로크 회화의 독특한 빛의 연출법 즉 키아로 스쿠로 기법을 사용하여 프란시스코 성인의 검소한 복장과 절실함을 담아 기도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담았다. 동시대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인 '안토니 곰리'는 프란시스코가 내려받은 예수의 성흔만을 구체화 한 철제 조각작품 'Untitled (for Fransis)'을 보여주었고, '리처드 롱'의 대표적인 수행적 미술작품 'A Walk for Saint Francis, 2022'는 프란시스코의 발자취를 따라 떠난 성지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개념적으로 엮어 원의 형태로 보여 주었다. 또한, 가난한 미술을 표방하며 1960-70년대에 이탈리아의 현대 미술계를 이끌었던 '아르떼 포베라'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쥐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의 2012년작 'Door Tree-Cedar'는 비와 눈 그리고 우박을 맞으며 야외에서 통나무를 깎아 만든 조작 작품으로써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항상 고려했던 성인의 뜻을 잘 투영하는 듯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바로크의 두 거장인 카라바지오와 엘그레코의 회화가 나란히 보이는 이 지점은 본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카라바지오가 그린 최초의 종교화라고도 알려진 'Saint Francis of Assisi in Ecstasy'회화에는 예수님의 모습이 투영된 프란시스코 성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엘그레코의 회화 'Saint Francic receiving the Stigmata'는 예수님의 성흔을 받은 그 찰나의 모습이 그를 상징하는 해골과 구름으로 연출된 라베르나 산 (Mount La Verna)을 배경으로 긴장감 있게 묘사되었다. 이밖에도 본 전시는 프란시스코를 다룬 영화들과 마블 코믹에서 슈퍼히어로로 재현된 모습들도 놓치지 않음으로 해서 순수 미술과 대중미술에서 그려진 그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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