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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바로크, 디아스포라 아티스트, 지속적 화합의 시도

by 웰빙클래스100 2023. 4. 22.

 

블랙 바로크

바로크(Baroque)는 비 정형적인의 의미에서 통상적으로 이지러진 진주를 의미한다. 예술에서 바로크의 의미는  후기르네상스 시대 직후에 잠시 머물렀던 '매너리즘(Mannerism)'의  타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했던 17세의 혁신적인 문화 정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는 카라바지오 (Caravaggio), 루벤스 (Rubens), 렘브란트 (Rembrandt), 벨라스케스 (Velázquez) 등이 있으며, 작곡가로는 헨델(Handel), 바흐 (Bach), 비발디 (Vivaldi)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캐논(Canon)에서 일탈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했다. 이러한 바로크의 정신을 이어받아 '블랙 바로크'의 열풍이 최근 영국 현대미술계로 다시 불어 닥치고 있다.  소위 블랙 디아스포라라(Black Diaspora)로 불리는 아프리카계 이민 1.5-2세대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이들은 그동안 보수적인 미술계에서 타자(Others)로서 그 주위를 맴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근 테이트 미술관(Tate Gallery)과 같은 영국의 최고의 공공 미술기관에서 프랭크 보울링(Frank Bowling)을 비롯해 휴 록(Hew Locke), 루바이나 히미드(Lubaina Himid), 이삭 쥴리앙 (Issac Julien)과 같은 블랙 디아스포라 아티스트들의 거대 커미션 작업 및 회고전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영국관을 대표했던 소니아 보이스 (Sonia Boyce OBE)에 이어 내년에는 존 아콤파라(John Akomfrah)가 그 바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디아스포라 아티스트

오늘날 영국이 가지게 된 문화 예술의 위상은 이를 미래의 가장 큰 국가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혜안과 후원이 초석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제국주의의 영광과 식민시대를 발판으로 축적한  자본이 그 위상의 후광이 되었다는 점은 후기 식민시대를 살고 있는 디아스포라 아티스트들로 하여금 그 불완전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윈드러시 세대 (Windrush generation)라는 별칭을 가진 영국의 이민 1세대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해방된 케리비언 지역 출신의 흑인 노동자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피폐해진 영국을 재건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그동안 영국 정부는 '문화적 다양성(Cultural Diversity)'이라는 예술 정책의 어젠다를 필두로 하여 이민자출신의 작가들이 영국의 보수적인 미술계와 어우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문화적 다양성'이란 개념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다름'의 개념을 더욱 강조하여 얽히고 그 설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데에 역부족인 듯했다.설상가상으로 2020년 6월 미국 전역에서 거국적으로 부활된 ‘Black Lives Matter’ 운동은 영국으로 번져 정치, 사회, 문화, 예술전반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서 보인 휴록(Hew Locke)의 거대 커미션 프로젝트 ‘행진(Procession)’은 카니발이라는 모티브 안에 이민자 출신의 작가들이 겪어온 갈등을  녹여내는 듯했다. 스코틀랜드 태생이지만 기니아(Guinea)에서 대부분의 성장기를 지낸 휴록은  2세대 블랙 디아스포라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 그와 그의 가족들이 기니아와 영국을 오가는 교통수단이었던 그 여객선이 과거 노예들을 실어 나르던 운송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린 휴록의 감성에는 향수와 분노의 이질적인 감정이 교차한다. 아름다운 비즈와 문양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그의 기억의 조각들은 이번 전시에서 150여 점의 군상에서 미학적으로 승화되었다. 

지속적 화합의 시도  

최근 영국의 문화예술위원회 (Art Council England)는 그동안 인종과 사회계층에서 고질적으로 존재했던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화합의 시도를 위해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치러질 장기간의 프로젝트  ‘Let’s Create’를 발표하였다. 또한,  크고 작은 문화 단체에서는 Black History Walk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의 역사에서 아프리카 계 영국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그 존재의 당위성을 바로 세우는  프로젝트들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또한, 내셔널 갤러리 및  테이트 미술관 등에서도 그동안 계획해 오던 블랙 아트에 대한 프로젝트를 가시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식민시대의 피와 땀으로 건립된 테이트 미술관은 전시와 글을 통해 그 태생에 대한 고해성사를 시도했다. 본 미술관은 영국 제국주의 시절 당시 식민지였던 캐리비언지역에서 대대적인 설탕 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헨리 테이트 경(Sir Henry Tate) 경의 후원으로 건립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테이트 브리튼에서 개최된 ‘아티스트와 제국 (Artist and Empire)’전시를 시작으로 하여, 2019년에는 테이트 매거진을 통해 식민과 예술에 관한 글을 기고하며 앞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기관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고찰했다. 지난 2021년 12월 테이트 브리튼에서 오픈한 “섬과 섬을 이은 우리의 삶(Alongside our Life Between Islands)”전은 그동안의 노력이 집대성된 전시로써 캐리비언 블랙 디아스포라 미술과 작가들을 심도 깊게 연구한 전시라는 호평을 받았다.